건강강좌14

뇌 피로는 치매를 빨리 오게 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인간의 기억이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인간의 생리기능은 30세가 지나면서 매년 약 1%씩 기능이 떨어지며 뇌 신경세포는 20세가 지나면서 매일 5만개 정도씩 줄어든다고 추정되고 있다. 20세 때를 100으로 하였을 때 50세 때의 뇌 혈류량과 뇌 중량은 약 80% 정도를 유지하지만 폐와 간, 신장, 심장의 기능은 더 많은 감소를 보여서 60% 정도의 효율밖에 내지 못한다.

  이와 같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뇌의 기능은 다른 장기에 비해서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잘못 유지하면 기능의 감소가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 바로 뇌이다.

  

   정상적으로 늙어 갈 때 나타나는 정신력의 감퇴는 노인성 치매 때 나타나는 정신력의 감퇴와는 전혀 다르다. 기억 연구로 유명한 도널드 헵박사는 74세 때 <늙어 가는 나 자신을 바라보면서>라는 책을 썼다. 헵박사는 47세가 되던 해에 늙어가고 있다는 징조를 처음 발견했다. 그는 논문을 읽으면서 이 부분을 기록해 두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다음 장을 넘겼다. 그러자 그 부분이 이미 자기 자신의 글씨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에게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전엔 이 논문을 읽은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이때가 그에게는 연구와 교육, 그리고 저술 활동이 가장 활발하던 시기였다. 새로운 실험실을 설계하고 있었고 대학교의 심리학 과장직을 맡고 있을 때였다. 그는 저녁에는 일을 중단하고 쉬면서 영양을 보충하였다. 다시 기억력이 되살아났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책임을 맡게 되는 중년의 사람들이 가장 간과하기 쉬운 점이 바로 이 점이다. 그들은 너무 과중한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다. 우리 인간의 기억력이 상당히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무한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뇌의 기억력을 너무 혹사하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우리의 뇌 신경세포는 일종 이상 계속 자극을 받게 되면 지쳐서 더 이상 반응을 잘 하지 않게 되는 <불응기>를 가지고 있다. 기억력의 가장 큰 적은 바로 뇌세포의 피로이다. 과도하게 뇌세포가 피곤하게 되면 기억력의 감퇴는 물론 무력감, 긴장성 두통, 심인성 위장관 질환, 고혈압 등의 질환 발생 빈도가 올라간다.

  따라서 이러한 기억력의 감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의 중간이나 저녁에는 일을 중단하고 적절한 정신적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 훈련된 기억은 신경세포 시냅스회로에 영구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켜 오래 기억으로 잘 저장된다. 즉 신경전도가 일어나는 시냅스회로가 두터워지고 견고하게 되며 여기에 장기 기억이 저장된다. 이런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단백질의 합성이 일어나야 하며 단백질이 합성되어 영구적으로 구조 속에 고정화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새로 형성된 기억이 구조 속에 고정화되기 전에 충격을 받는다든지 술을 먹게 되면 쉽게 없어지나 오래된 장기 기억은 견고한 구조 속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뇌가 조금 손상을 받아도 잘 없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기억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휴식을 취하고 고단백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시냅스회로를 마취시키는 술이나 수면제 등은 될 수 있는 대로 삼가는 것이 좋다.

 서 유 현(서울대 의대교수)